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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의 길 15 - 나이가 많아, 나이가!
새우골  2009-03-07 01:42:45, 조회 : 1,066, 추천 : 135



용호리 백승우 아우

2005년 5월 17일 아내와 함께 중매인인 용호리 백승우 아우에게 들렀다. 전화로 듣던 목소리나 홈피에서 보았던
사진하고는 다르게(?) 상당히 젊은 사람이었다. 여기 제목에 호칭을 ‘아우’라고 달았지만 5년 전 그 날에는 아우는
커녕 ‘형님’도 모자랄 입장이었다. 동촌리로 통하는 유일한 통로였으므로. 그런데 정작 만나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듣던 이 아우가 ‘어이구 이야기 들어보니 그냥 전원주택 지어서 편한 생활하려는 분 같은데 이렇게 구석까지 사무장
한다고 오셨습니까?’라는 게 아닌가?

문득 귀농학교 시절 양수리에 실습 나갔을 때 김태오 씨와 논쟁하던 일이 떠올랐다. 그 놈의 전원주택 이야기는
왜 이렇게 끊임없이 따라 다닐까? 다시 한 번 그런 사람 아니라고 일장 열변을 토한 뒤 어쨌든 동촌리로 안내해
달라고 신신 당부 했다. 그러자 동촌리 이장에게 전화를 하는데 이게 또 웬말 - 아 나이가 너무 많다고 데리고
오지 말라는 것 아닌가? 그거 참 기가 막혔다. 회사에서도 사십 후반이 되면서부터 매일 듣던 이야기가 ‘나이가
많다’ 소리였는데 이 시골에 와서까지 ‘나이 타령’을 들어야 하다니! 그래도 백승우 씨에게 우겼다. 그러자 ‘그럼
오셨으니 일단 마을 구경이나 한번 가보자’며 트럭을 타고 동촌리로 데려다 주었다.

샹그릴라 - 동촌리

5년이 지난 지금도 그 날 동촌리로 처음 넘어 오던 기억을 잊을 수가 없다. 용호리에서부터 파로호를 끼고
트럭으로 한참을 달리는데 탱크 막이 장애물이 네 개씩이나 나오고 지나치는 차마다 군 트럭이라 엄청
전방이구나 하는 실감이 팍팍 들었다. 그리고 해발 700미터의 호음고개를 넘는데 정말 이런 곳에 마을이 있단
말인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가도 가도 울창한 숲뿐 도대체 마을이 있을 것 같지가 않았다.

그러나 호음고개 정상을 넘어 설 때 쯤 저 아래 인가가 몇 채 보이기 시작했다. 그 아름다운 모습이란 말로
표현할 수가 없었다. 마치 제임스 힐튼의 소설 ‘잃어버린 지평선’(The Lost Horizon)에 나오는 샹그리라로
넘어가는 길목 같은 그런 기분이 진하게 들었다. 나는 직감적으로 3년여의 귀농 답사의 끝이 이 마을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마을에 도착하여 폐교를 리모델링해서 지은 연수원 운동장에서 백승우 씨가 마을 이장에게 전화를
하는데 이장의 목소리가 어찌나 큰 지 몇 발짝 떨어져 서 있는 나에게까지 쩌렁쩌렁 들리는 것이었다. 그 내용인 즉

“아 나이가 많아서 소용없다는데 왜 여기까지 데리고 온 거야? 그냥 가!”

라고 고함을 지르는 것이 아닌가? 나는 같은 마을에 살지 않아도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백승우 아우를 나의
동촌리 귀농의 은인으로 여긴다. 왜냐하면 바로 이 대목 때문이다. 보통 사람 같았으면 ‘에이- 사람 찾아 달래서
기껏 여기까지 안내했더니 왜 소리를 지르고 난리야?’라며 화를 내고 가 버렸을 것이다. 그런데 그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에이 여기까지 왔는데 그냥 얼굴이나 한번 보셔유!”

라고 들러붙는 게 아닌가? 바로 그 순간이 동촌리와 인연이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자신의 마을일도 아닌 남의
마을일에 지청구를 먹어 가면서 까지 밀어붙인 이 아우의 뱃심이 바로 그 인연의 시작이었던 것이다. 인연이란
그렇게 다가가도 다가가도 멀어지는가 하면 밀쳐도 밀쳐도 다가오는 그런 것이다. 드디어 이장이

“아 그러면 여기 칠순 잔치 집인데 와서 국수나 한 그릇 먹고 가!”

라는 게 아닌가. 아우와 아내 - 이렇게 셋이 칠순 잔치를 하는 집 마당으로 이장을 찾아 갔다. 나중에 알고 보니
새우골의 길용준 어르신 집이었다. 그런데 흘끔 얼굴을 쳐다보며 술 한 잔을 따라준 이장이 하는 첫 마디가

“사람이 일은 열심히 하게 생겼구만!”

이었다. 나이는 들었는데 일은 열심히 하게 생겼다는 말인지, 나이 들었다고 해서 늙은이인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다는 말인지는 알 수가 없었다. 이어지는 이장의 말은

“오려면 반드시 부부가 둘이 같이 와야지, 혼자 오면 안 된다.”

는 것이었다. 물론 둘이 같이 온다고 이야기했다. 다만 서울 살림을 정리해야 하니까 그 시간은 달라고 했고,
이장으로부터 생각해 보겠다는 답을 들은 뒤 그 날은 거기까지 하고 서울로 돌아왔다.

작가의 길에 대한 전조

서울로 돌아와 보니 다산북스의 홍승록 기획팀장이 기다리고 있었다. 앞에서도 이야기한 바로 그 책을 내자고
계속 권하는 것이었다.

내가 책을 쓴다? 고등학교 시절 글을 쓴다고 무단결석을 20일 하는 바람에 퇴학당한 전력이 있는 문학 소년이었고,
쉰 살 당시 이미 시집을 두 권 냈었지만 그런 자기계발서류의 책을 낸다는 것은 생각해 보지도 않은 터였다. 나는
끝까지 사양했다. 무엇보다도 복잡한 사회로의 재진입이 싫었다. 조선일보는 어디까지나 귀농지가 나타날 때 까지
임시로 일하는 곳이었지 내가 무슨 신문쟁이인가? 그렇게 책을 내자거니 안 낸다거니 밀고 당기기를 하고 있는
와중에 동촌리 이장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같이 일해보자는 것이었다. 미련 없이 신문사에 사표를 던지고 홍 팀장에게도 시골로 간다고 통보 한 뒤 짐을 싸서
5월 27일 동촌리로 향했다.






peppermint
이사님... 이제사 "귀농의 길" 6편 ~ 15편까지 다 읽었습니다. 읽은 내내 웃기도 하고 눈시울 적시기도 하고 가슴이 먹먹해 집니다. 제가 연수원에 1년 6개월정도 근무할때 이사님께서 바로 옆 진천에서 그런 고생을 하고 계셨는데 저는 그것도 까맣득하게 모르고... 왜 이리 죄스러운지요..... 2009-03-27
18:50:29



새우골
이 군 고맙네. 글을 진지하게 읽어줘서. 그러나 자네가 죄스러울 거야 무에
있겠는가? 인생의 수레바퀴가 그렇게 굴러 간 것을....내가 스스로 택한 길이지.

그저께 민 이사와 이상응이가 왔다 갔네. 결국에는 다들 다시 만나지는구만.
퇴사자들 모임을 만들어서 전체가 한 번 모여보자고 하더구만. 예전에는 그런 거
다 부질없다고 생각했는데 아직도 살아갈 날이 남아있고 또 자녀들 결혼식 같은 때
외롭지 않으려면 필요하다고 이야기하는데 맞는 말 같아서 동의했네.
2009-03-28
06:5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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