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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의 길 15 - 인연이 닿지 않은 평사리
새우골  2009-03-07 01:18:40, 조회 : 1,076, 추천 : 124



인연이 닿지 않은 평사리

진천에서 1년 농사가 끝나자 할 일이 없어졌다. 어떻게 할 것인가 고민이었다. 내년에도 여기서 농사지을 것인가,
다른 곳으로 갈 것인가? 에라 모르겠다로 주저앉기로 했다. 먼저 집 지을 땅을 물색했다. 마침 마을 가운데 있는
대지인데 4백 평짜리가 나왔다. 흥정을 하니 평당 9만원이란다. 사겠다고 했다. 그런데 다음날 중개를 하는
사람에게서 전화가 왔다. 경쟁자가 생겼다고 평당 만원만 더 내란다. 그러마고 했다. 그런데 이런! 다음날 또
전화가 왔다. 읍내 복덕방에서도 경쟁자가 생겨서 정말 만원만 더 내라는 것이다. 내친걸음인데 어쩌랴!
그러마고 했다. 그런데 세상에! 다시 다음날 전화가 왔다. 사겠다는 사람이 많아서 만원은 더 써야 한다는 것이다.

방 얻어 살던 집주인 경돈이 아버지가 그 말을 듣고 ‘김씨, 그 땅 사지마! 순 젊은 놈들이 돈에 눈이 어두워가지고
말이야 세상 말세야!’하는 것이 아닌가? 나도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결국 포기했다. 그렇게 진천 평사리는
정착하고자 했으나 끝까지 인연이 닿지 않았다.

귀경, 조선일보에 취직

2004년 11월 3일 평사리에서 철수했다. 집에서 빈둥빈둥 놀자니 마치 군대 간다고 삭발하고 갔다가 훈련소에서
귀향 조처 당한 젊은이처럼 쑥스러웠다. 봄이 올 때까지는 직장을 구해야만 했다.

마침 조선일보에서 한자를 잘 아는 교열담당 편집위원을 모집한다기에 설마 되겠는가하면서도 밑져야 본전이라고
이력서를 넣었는데 예상외로 연락이 왔다. 면접을 보았더니 한자를 잘 아는 것도 도움이 되었지만 또 한 가지는
과거 회사에 있을 때 노무 담당을 했던 경력도 고려가 됐단다. 교열을 보는데 웬 노무 담당 경력? 알고 보니 젊은
교열자들이 노조를 결성해서 단협을 한다고 씨름을 하는 중이었다. 교열부가 (주) 어문조선으로 분리되어 버리는
바람에 생긴 일이었다. 그래서 나보고 교열일도 하고 분위기를 중화하는 역할도 해달라는 것이었다. 그거 참
대략 난감이다. ....그러나 조선일보라는 거대 신문사에 한 번 다녀 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아서 수락했다.
패스를 가슴에 달고 조선일보 편집국으로 출근을 했는데 마감 시간에 쫒기며 교열을 보노라면 스릴도 있고
신문사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알 수 있어서 좋았다. 하지만 막상 며칠 일을 해보니 신문사 내에서 교열직의
위상이란 정말 형편없는 것이었다. 인터넷 포탈 검색 기능이 워낙 다양해져 버린 탓도 있고, 교열부를 분리하면서
더 이상  교열 기자를 뽑지 않고 아르바이트 수준의 계약직을 뽑아서 충당하는 탓에 취재 기자나 편집 기자들이
교열자를 보는 눈은 그야말로 안하무인이었다. 그러는 판이니 머리가 허연 사람이 이리저리 교열쇄를 들고 뛰어
다녀도 반응은 차가웠다. 철저하게 각박한 세상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오래 있을 곳이 못 된다는 판단은 섰지만 그래도 좋은 점도 있었다. 우선은 문장을 정확하게
쓰는 공부를 한 것이다. 문장의 세련미는 제쳐놓더라도. 두 번째는 두 시간짜리 점심시간이었는데 게다가 편집국
한 켠에 침대가 마련된 수면실이 있어서 한 시간 반은 족히 잘 수 있었다. 남이야 이렇게 보든 저렇게 보든 조선
일보 심장부에서 날마다 늘어지게 낮잠 자는 재미는 지금 생각해도 신나는 일이었다. 마지막으로 출판사와
인연을 맺게 된 일이다. 신문사 내에서 교열직의 위상이야 높든 낮든, 출판사에서 원고 교정이나 윤문을 제대로
하는 사람을 찾는 경우, 신문사에 있는 현직이라는 점이 큰 도움이 되었다. 작업도 재미있고 보수도 괜찮았다.
그렇게 해서 윤문 일 관계로 다산북스의 홍승록 기획팀장을 만나게 되었는데 지금의 ‘작가’라는 직업이 여기에서
시작되었으니 인연은 참으로 알 수 없는 것이다. 내 이력을 본 홍 팀장이 회사를 다니던 이야기를 듣고 싶다고
해서 술자리에서 일장 설파했더니 눈을 반짝이면서 더 이야기를 해달라고 해서 두 번을 더 만나 술 얻어먹으면서
창업에 얽힌 이야기와 무용담, 토사구팽 시키는 비정한 오너에 대헤서 신나게 떠들었다.

그 결과는? 바로 그 내용을 책으로 내자는 것이었다. 책이라? 봄이 오면 다음 귀농지를 찾아 떠날 사람이 무슨
책이란 말인가? 열심히 설득하는 홍 팀장의 제의를 거절하고 난 뒤, 신문사 일도 익숙해질 무렵인 2005년
초봄의 어느 날, 귀농운동본부 복덕방에서 눈에 번쩍 띄는 모집공고를 보게 되었다.

동촌리

그 공고는 대강 이러했다.  

사무장을 찾습니다.

농촌관광을 하는 동촌리에서 연수원 시설 관리 및 프로그램 운영을 할 사무장을 찾습니다. 급여 70만원 정도,
사택 제공, 원하면 농지도 제공.

연수원이라면 눈 감고도 운영할 수 있을 만큼 연수 담당 이사를 7년 씩 한 내가 아닌가? 두 번 생각할 것도
없이 전화를 걸었다. 공고를 낸 사람은 동촌리가 아닌 용호리의 백승우 씨였는데 동촌리에 인터넷 기능을 할
사람이 없어서라는 이야기였다. 전화를 한 것이 화요일인데 면접 약속은 토요일에 잡혔다. 하루 전인 금요일에
내일 면접 보러 내려간다고 전화를 했더니 이게 웬일인가? 사람이 이미 뽑혔다는 것이다. 아니 토요일에 면접
약속을 해놓고 사람을 이미 뽑았다니, 어이가 없었다. 그러나 이제 안 일이지만 그것이 시골의 일 처리
방식이었다. 회사와는 달랐다. 면접 약속을 했지만 직접 달려온 사람이 먼저 이장 바지가랑이를 붙잡고
늘어지자 그냥 그 사람을 뽑아버린 것이다.

아쉬웠다. 연수원이라면 정말 자신 있었는데. 그러나 어쩌랴? 이미 뽑아 버렸다는 것을. 백승우 씨에게 동촌리가
아니더라도 주변에서 마을 사무장을 찾는 곳이 있으면 연락을 달라고 하고 다시 신문사 일로 날을 보냈다.
그러기를 3개월 - 백승우 씨로부터 연락이 왔다. 아직도 귀농지를 정하지 못했느냐는 것이었다. 그렇다고 하자
그러면 동촌리로 한번 다녀갈 생각이 있는가고 물었다. 3개월 전에 뽑은 사무장의 거취를 물었더니 한 마디로
잘렸단다. 그거 참.... 창업부터 시작해서 20년을 다닌 회사에서 비정하게 잘리는 것은 기업에만 있는 일인줄
알았더니, 시골 사무장도 잘렸다? 문득 ‘흥망이 산중에도 있다 하니 더욱 비감하여라’라는 가곡 <장안사>의
가사가 생각났다. 어쨌든 사무장 자리가 다시 비었다고 하니 비감하든 비장하든 가 볼 수 밖에. 5월 17일
신문사에는 하루 휴가를 내고 아내와 함께 동촌리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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