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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의 길 13 - 진천 1년 결산
새우골  2009-03-07 01:13:57, 조회 : 1,095, 추천 : 128


1. 농사

호박은 풀을 잡지 못해서 완전히 망쳤다. 인분을 주는 것이 가장 좋은 거름이라고 해서 푸세식 변소까지
퍼서 주었건만 그 거름까지 풀이 다 먹어 버리고 말았다.
  
고추 - 그나마 돈을 좀 건진 작목. 일일이 다 말리기가 힘들어서 홍고추로 4kg 짜리 비닐 포장을 해서 안산
청과물 시장에 경매를 보냈다. 밤 10시에 실어다 주고 오면 다음 날 아침에 입금이 된다.

그 외 말린 고추로 팔았는데 돈이 조금 되었다.

옥수수 - 8백평 가량을 심었는데 그런대로 되었지만 본전 정도.

검은 콩 - 쥐눈이 콩도 역시 풀밭이 되어버렸는데 희한한 것은 그 풀 속에서도 콩이 조랑조랑 달렸다는 것이다.
팔지는 않고 지인들에게 나누어 주는 걸로 만족.

결과 농사를 끝내고 결산을 해 보니 약 250만원 정도 마이너스. 첫 농사 치고는 손해가 적었다고 주위에서
격려해주었지만 농사로 돈을 번다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절실히 깨달았다.

2. 잃은 것 - 잃은 것은 크게 없었다. 금전 손해야 그 정도면 됐고, 믿고 동업한 사람이 불성실해서 마음이
아팠지만 그 것 조차도 ‘귀농자’라고 아무나 믿을 일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으니 오히려 얻은 것이다. 마지막에
집을 짓고 살 땅을 사려고 했는데 동네 이장이 여러 번 땅값을 장난쳐서 결국 포기하고 말았다. 그 과정에서
시골 사람도 인심이 무섭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인연이 닿아야 사는 곳이 정해진다는 것도 알았다.

3. 얻은 것 - 경운기운전, 관리기 운전, 농사 경험 그리고 얼마든지 농촌에 살 수 있다는 자신감. 가장 큰 것은
마지막 10월 한 달에서 건졌다. 임 종업이라고 젊은 친구가 콤바인 일을 하는데 그 조수로 한 달을 따라 다니게
된 것이다. 일당 7만원으로 꼬박 한 달을 했는데 보수 200만원 그리고 생거진천 쌀 한 가마를 벌었다. 그리고 돈
보다도 건실한 청년을 알게 된 것, 그리고 그 아버지가 농사를 크게 짓는 분인데 인정을 받았다는 것. 처음에는
콤바인 조수를 한다고 하니까 도시먹물 노땅이 과연 얼마나 버티겠느냐고 걱정했는데 한 달을 단 하루도 빠지지
않고 일을 해내자 ‘놀랍다’고 인정한 것이다. 종업이는 지금도 가을이면 콤바인 조수일 하러 오라고 연락이 온다.
자기가 10년 넘게 콤바인 기사 하면서 써 본 조수 중에 제일 가방 끈 긴 사람인 동시에 가장 유능했다는 것이다.
그 말을 들을 때마다 기분이 좋다. 가방 끈 길다는 말 보다 제일 잘한 조수였다는 말이.

4. 일화들 - 용돈이 부족했다. 한 달에 30만원을 가지고 살기로 했는데 어느 날 진천 읍내에 가서 맥주 한 잔
하다가 그만 발동이 걸려서 도우미까지 부르고 단란주점에서 양주를 한 병 마셨더니 끝장. 술버릇 참 버리기
어려웠다.

일이 한가할 때는 동네 어른들과 일당 인부로 일하러 다녔다. 한 번은 증평부근에 가서 불난 숲에 자란
아카시아에 약을 뿌리고 있는데 휴대폰이 울렸다. 아내였다. ‘뭐해?’하는 소리에 아무 생각 없이 ‘산에서
약 뿌리고 있어!’했는데 난리가 났다. ‘무슨 약?’이라는 말에 ‘고엽제!’라고 했던 것이다.

사실은 ‘근삼이’라는 나무 죽이는 약이었는데 경사가 거의 절벽 같은 산비탈에 근삼이를 가득 담은 약통을
지고 한 줄로 죽 서서 올라가면서 약을 치는 것이다. 까딱 발을 헛디디면 천길 아래로 구를 처지인데 ‘당장
그만두고 올라오라!’는 중전의 호통에 난감했다. 아내는 당시 보훈병원에서 병실 봉사를 하고 있었는데 고엽제
환자들을 많이 봤던 탓에 난리를 친 것이다. 그렇다고 어떻게 중간에 그만 두리? 끝까지 약 다 쳤다. 일주일 일
하면 한 달 용돈이 생겼다.

농사를 마칠 때 쯤 해서 동네 어귀에 있는 제약회사에서 경비원으로 일할 생각이 없느냐고 연락이 왔다. 24시간
근무로 교대제인데 쉬는 날 농사를 지으면 될 것 같았다. 월급은 70만원. 자급자족이 될 것 같아서 지원했다.
이력서를 넣었는데 난리가 났다. 고대 졸업하고, 무슨 회사 임원을 하고, 최고경영자 과정까지 마친 사람이
경비원을 하느냐는 것이었다. 믿지 못하겠단다. 그런 게 아무 소용이 없는 일이라고 걱정 말라고 해도 안 된단다.

그래서 이력서를 다시 썼다. 왼 손으로 쓰고 학력을 국졸로 고쳤다. 그런데 이번에는 종교가 천주교라고 안
된다는 것이었다. 사장이 불교 신자인데 기독교를 사이비로 본다는 것이다. 그래서 종교를 ‘없음’으로 고치고
면접 때 사장이 물으면 무교라고 하라는 것이다. 거부했다. 평사리에는 아무리 해도 인연이 닿지 않았던 것이다.
만약 그 때 취직이 되었다면 지금도 경비원을 하면서 농사를 짓고 있을까? 모를 일이다.






peppermint
" 이력서를 다시 썼다. 왼 손으로 쓰고 학력을 국졸로 고쳤다.... ㅜㅜ 2009-03-27
16:3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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