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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의 길 12 - 귀농 동업 절대 하지 마라
새우골  2009-03-07 01:09:54, 조회 : 1,009, 추천 : 137



제목을 ‘귀농 동업 절대 하지마라’라고 붙였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필자의 생각이고 선택은 어디까지나 각자의
자유다. 왜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는가? 아주 젊은 부부와 동업을 하게 된 것은 앞에서 이야기 했다. 그런데 이
사람들이 막상 진천에 가서 보니 ‘없어도 너무 없다는 사실’이었다. 일을 시작한 지 채 한 달이 안 되어서 당장
생활할 돈이 없다고, ‘새벽에 신문 배달을 해야 하니 형님이 조금만 이해해 달라’고 하는데 누가 뭐라고 하랴?
당연히 ‘아이구 힘들겠네. 어쨌든 시간 아껴 가면서 잘 해 보세’라고 답했는데 막상 신문 배달을 시작하더니
그게 아니었다.

새벽 2, 3시 경에 읍내로 나가서 신문과 전단지를 챙기고 집집마다 돌리고 나서 오면 아침 7, 8시. 그 때 아침
먹고 밀린 잠잔다고 한 두 시간 자고 열 한 시쯤 나오는데 한 두 시간 일하고는 점심 먹으러 가고 해 뜨겁다고
오후 세 시쯤부터 일하는데, 점심 먹고 다시 자느라고 네 다섯 시에 나오기 일쑤였다.

농사일이 새벽 다섯 시부터 집중적으로 이루어진다는 사실, 한낮에는 뜨거워서 잠시 쉬어야 한다는 사실도
나는 잘 몰랐으니 실상 K가 신문을 돌리기 시작하면서 부터는 거의 5천 평 밭농사를 혼자 도맡아 하게 된
셈이었다. 점심 먹고 한번 잠이 들면 못 일어나서 해가 넘어갈 때야 어슬렁거리며 나타나면 ‘젊은 사람이
오죽하면 그러랴?’하고 힘들어도 참았는데 그런 식이 한 달 넘게 지속되자 결국에는 참을 수가 없었다. 차라리
처음부터 혼자 하는 농사라면 힘들어도 혼자의 책임일 텐데 동업한다고 해 놓고 혼자 하게 되니 일이 힘들
때마다 ‘이 사람이 언제 나오려나?’ 하는 사람에 대한 분심으로 바로 마음 지옥이 되 버리는 것이다. 더구나
어찌된 일인지 그 부인은 더 젊은 여자인데 농사일에는 아예 손도 대지 않는 것이었다. K가 자기 부인을 부르는
호칭이 ‘공주’였으니. 그렇게 한 달여를 버티다 결국 참지 못해서 ‘농사일을 하려면 오후만큼이라도 정신 차리고
제대로 나와서 일해라’고 한 마디 했는데 미안해 할 줄 알았던 짐작이 완전 빗나갔다. ‘어떡하든 먹고 살려고
하는데 그거 하나 못 도와주느냐?’고 반격이 들어 온 것이다. 부인이 더 심했다. 그걸로 밀월은 끝이었다. 이미
시작한 농사이니 끝은 봐야 되는 것이고, K에 기대지 않기로 작심하고나자 고난의 길이 시작되었다.

귀농자라 하더라도 근본을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나중에 보니 주민등록도 옮겨 오지 않았고 찾아오는 지인도
단 한 사람도 없었다. 생각해보니 K부부에 대해서 사실 아무것도 아는 게 없었다. 오직 ‘젊은 귀농자’라는 사실
하나만으로 믿고 ‘동업’을 택했던 진천 시절은 그렇게 또 한 번 사람에 대한 시련 아닌 시련을 안겨 주었다. K를
탓할 생각은 지금도 없다. 오직 나의 판단이 섣부르게 나갔을 뿐.

3년이 지난 올 봄, 천안에 기업 교육이 있어서 강의하러 갔다가 오는 길에 진천에를 들러봤다. 여자가 다른
남자와 바람이 나서 가출해 버리는 바람에 K는 어린 아들을 데리고 어디론가 혼자 가서 노동일을 하며 살고
있다는데 자세한 소식은 알 수 없다는 것이었다. 꼭 무슨 김동인의 ‘배따라기’ 같은 스토리였다. 평사리 그
드넓은 벌판에 서니 3년 전 죽어라고 일했던 그 날의 땀에 대한 기억과 함께 동업자와 틀어지고 나서 하루하루
마음고생을 하던 기억이 밀물처럼 밀려왔다.

귀농 세상에도 그런 어중이 떠중이가 있다는 사실을 왜 몰랐었을까? 그러나 슬퍼할 필요는 없었다. 이처럼
사람때문에 실망을 하고 있던 나에게 진천은 또 다른 반전을 준비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세상은 어디에고
어둠이 있는 법이지만  또한 그를 뛰어넘는 빛도 있도 있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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