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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의 길 8 - 보성의 녹차 밭에서
새우골  2009-03-07 00:54:09, 조회 : 935, 추천 : 121


쌍용 계곡과 곡성 마을이 불발탄으로 끝나자 이번에는 귀농본부 복덕방에 올라온 글을 보고 전남 보성의
녹차 밭에 연락을 해 보았다. 3만평 녹차 밭의 관리인을 구한다는 글이었는데 - 사진에서 많이 본 녹차 밭
그 아름다운 풍광에 마음이 동했던 까닭도 있었다. 꼭두새벽에 구파발로 가서 녹차 밭 ‘다향촌’의 사장인
손옥태 여사를 태우고 다섯 시간을 달려서 현장에 도착했다. 손 사장은 나이가 꽤 많은 할머니였는데 녹차
업계에서는 여러 가지 발명품으로 유명한 녹차 박사였다.

‘다향촌’에 도착해서 보니 그야말로 사진에서 보고 말로만 듣던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눈앞에 득량만이
그림처럼 출렁이고 바로 곁에는 제목이 생각나지 않지만 드라마 촬영지로 유명한 ‘대한다원’이 자리 잡고
있었다. 손 사장은 서울에서 사업을 전개하고 녹차 밭 현지에는 관리인을 두어서 차 따는 아줌마들과 녹차
덖는 일을 관리하도록 하고 있었다. 그런데 바로 앞에는 젊은 관리인을 두었었는데 시설물을 떼어서 싣고
사라져 버렸다는 것이고 그 앞의 관리인은 형사가 와서 잡아갔다는 것이다. 알고 보니 부도를 내고 도피
중인 사람이었는데 귀농희망자라고 속였던 것이다. 시골로 떠돌며 빈집을 찾는 사람들 중에는 그런
도피자들도 꽤 많은데 손 사장은 전혀 몰랐던 모양.

문제는 거기에서 생겼다. 이런 저런 설명을 듣고 나더니 의지는 알겠지만 본인으로서는 말로만은 못 믿겠
다는 것이었다. 그러니 보증금 3천만 원을 걸고 관리인으로 들어오라는 게 아닌가? 탓할 수도 없는 노릇이
었다. 못 믿을 사람들만 겪어온 손 사장으로서는 당연한 생각이리라. 그러나 사람을 한 번 더 바로보고 믿어
볼 것을 부탁했다. 돈이야 내도 되지만 보증금을 걸면서까지 그 먼 보성 녹차 밭에서 관리인으로 일을 한다는
게 내키지 않았다.

서울로 오는 차 안에서 거듭 부탁을 해서 일단 보증금 없이 ‘믿고 일을 맡겨 보겠다’는 약속을 받아냈다.
그리고 며칠 후 양재동 AT 센터에서 개최되는 유기농 박람회에 다향촌 제품들을 전시할 부스를 설치하는 데
나가서 일을 했다. 어쨌든 일을 맡기로 했으니 앞뒤 가릴 것 없이 나섰던 것이다. 물건을 실어 나르고 진열하고
오픈 당일에도 가서 일을 도왔다. 아내도 함께 가서 손 사장을 만났다. 보성 녹차 밭에도 다시 몇 차례 내려가서
1박 하며 상세히 둘러보고 왔다.

그렇게 내려갈 준비를 하던 보름 쯤 지난 후 손 사장으로부터 뜻밖의 전화를 받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마음이
놓이지 않으니 보증금을 걸어 달라’는 것이었다. 순간 ‘아하, 이 곳 이 사람하고도 인연이 닿지 않는구나’하는
생각이 밀려왔다. 믿겠다고 했다가 다시 못 믿겠다니 그 판단이 왜 번복됐는지는 알 수 없지만 역시 인연이
닿지 않는 것이다. 더 생각할 것도 없이 일언지하에 보증금을 걸면서 까지는 못 간다라고 통보했다. 아쉬움도
있었다. 녹차 밭 관리인이라고 했지만 사실상은 이런저런 사업도 같이 벌이고 있는 중이라서 창업 회사를 키워
본 경험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는 직감이 왔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창업 회사에서 성공하고 난 뒤 배신하는
오너를 보고 떠났던 길이 아니던가. 그래서 첫 답사지였던 서산 농장에도 미련 없이 가지 않았던 길이 아닌가.
너무 ‘자라에 물린 사람 솥뚜껑 보고 놀라는 격’이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믿겠다’의 번복에서 만사 인연은 끝이
난 것이다.

이제 다음 발길은 드디어 실전을 치렀던 진천으로 이어진다. 뒷이야기지만 진천에 내려가서 농사를 짓기 시작한
지 한 달 만에 손 사장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다시 생각해 볼 수 없느냐?’는 것이었다. 보증금은 그냥 유효한 채로.
버스 지나간 뒤 손들기요, 죽은 자식 불알 만지기였다. 그렇게 운명의 수레바퀴는 지금의 귀농지인 동촌리를
향해서 예정된 행로를 굴러가고 있었던 것인데 그 때는 까마득히 몰랐었다. 한 치 앞을 못 내다보는 것이  인간의
본질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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